Q. AI도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셨겠네요.
AI는 좀 특이한 케이스죠. AI, 그 유명한 챗GPT가 등장한 지 꽤 됐지만 일부러 배우지 않았어요. ‘AI가 예술도 한다’ ‘AI가 대부분의 직업을 대체할 거다’ 이런 얘기들을 워낙 많이 하니까 더욱더 AI를 아무렇게나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발견하고 싶었죠. 강렬하게 AI를 만날 수 있는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Q. 그 순간으로 AI 해커톤 행사를 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각기 다른 분야의 100명이 AI를 만나는 순간을 직접 볼 수 있잖아요. 그만큼 강렬한 순간이 어디 있겠어요. 행사가 진행되는 무박 2일 동안 전 참가자였지만, 동시에 이 행사를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관찰자이기도 했어요.
Q. AI와 사람이 만나는 순간,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니 어땠나요?
AI와 사람이 만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행사장 전체를 산책했어요. 원래는 질문도 해보고 할 계획이었지만, 다들 AI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너무 몰입해 있더라고요. 저야 본업에 AI가 필요하니까 열심히 하는데 도대체 남은 99명은 왜 그럴까 궁금했어요. 열정이 너무 뜨거워 물어보고도 싶었지만 그 몰입을 깰 수 없었죠.
이들의 열정을 보니 곧 AI가 ‘당연한 도구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불과 24시간만에 다들 푹 빠져버렸잖아요. 특정 계층만 쓰는 도구들과는 분명히 달라요.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익숙한 도구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Q.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도구가 될 거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익숙하다는 측면에서 세 도구들이 비슷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다른 점도 있을 것 같아요.
AI는 한 마디로 ‘말썽꾸러기 조수’ 같아요. 일단 말을 엄청 잘해요. 자주 거짓말도 늘어놓죠. 어떤 면에서는 사회화가 덜 돼 보이지만, 어떤 면은 고도로 사회화가 됐어요. 컴퓨터, 스마트폰과 달리 감정까지 유발할 수 있는 도구죠.
작품을 만드는 작가 입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도구예요. 현혹될까봐 무서울 만큼요. 앞으로 자주 쓰게 될 것 같은데, 이상하게 AI에게 이용당하는 것 같아 자존심도 많이 상해요. 괜시리 속상하기까지 하네요.
Q. 고은 님은 ‘말썽꾸러기 조수’를 데리고 어떤 ‘큰일’을 내고 싶으신가요?
‘큰일’까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AI가 거짓말쟁이라는 특징을 사용한 작품을 많이 만들어 보려고요. AI의 유려한 말솜씨로 작가와 관객의 간극을 줄여보고 싶어요.
저를 미디어 아트의 길로 들어서게 한, 첫 도구인 ‘아두이노’를 만났을 때 마법사가 된 기분이었어요. 아직 ‘저는 어떤 예술가예요’라고 정의할 수도 없는 초보지만,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구현해주는 맥가이버 같은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