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 아프리카를 위해 코딩을 시작하다
코딩 이야기를 해보자. 어렸을 땐 교사가 되고 싶었고, 대학생 때는 개발 협력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는데 코딩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
5년 전에 국비지원 학원 광고를 보고 앱 개발 수업을 신청한 적 있다. 코딩을 배워두면 언젠가 아프리카에 가게 됐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고, 그때 마침 만들고 싶었던 앱이 있어서 호기롭게 등록했다.
어떤 앱을 만들고 싶었나.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에선 임산부가 출산 중 사망하는 일이 굉장히 빈번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이전에 밝혀지지 않은 역병이 돌거나 최첨단 기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혈하는 방법, 파상풍 예방하기 위한 소독법 같은 기본적인 위생 지식의 접근성이 떨어져서다. 이런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올려줄 수 있는 어플을 개발하고 싶었다.
야심찬 기획이다.
맞다. 당시엔 어렵단 생각보단 도움이 될 것 같단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굉장히 야심 차 보인다.
코딩이 어렵진 않았나.
어려웠다. 어렸을 때부터 취미가 엑셀이기도 했고, 컴퓨터 학원에서 ITQ 자격증도 땄었기에 컴퓨터에는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난 수업을 굉장히 열심히 듣는 스타일이다. 항상 맨 앞자리에 앉는 그런…(웃음). 그런데도 무슨 얘길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처참한 실패였다.
최근에 스파르타코딩클럽에서 코딩에 재도전을 했다.
맞다. 아직 미련이 남았다. 여전히 기술을 배워두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AI로 웹사이트 하나가 뚝딱’이라는 수업의 광고를 봤는데, 쉽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신청했다.
수업을 들어보니 어땠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으면서도, 행동을 이끌어내는 강의였다. 강의 하나하나의 시간이 짧은데도 꼭 필요한 것만 임팩트 있게 설명해 줘서 다시 흥미가 생겼다. 이전에 실패한 적이 있어서 겁을 먹었는데 수업이 재밌고 부담이 없다 보니 뭔가를 만드는 데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더라.
지금은 뭘 만들어보고 싶은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창업 초기 단계다 보니 아직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없다. 가치쿡쿡이 어떤 팀인지를 알릴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소소한 목표다.
Chapter 3 : 사랑하는 마음이 훼손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다시 가치쿡쿡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가치교육’을 위해 창업을 했는데, ‘가치 교육’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프리랜서 강사로 전국에 교육을 하러 다닌다. 그러다 보면 지역마다, 학교마다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어떤 곳에선 학급의 분위기가 놀랄 만큼 섬찟하다. 아이들이 어떻게 이런 적개심을 보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런 곳은 교육뿐만 아니라 다른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은 거다.
반면에 가치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은 아이들은 서로를 대하는 눈빛부터 다르다. 귀 기울일 줄 알고, 서로를 존중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이런 곳에서 수업을 하면 정말 행복하다. 같이 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아이들이 ‘어 세계시민 쌤이다’하고 불러주는 것도 기쁘고, 수업이 끝날 때 마이쮸나 머리방울 같은 작은 선물이라도 받는 날엔 엄청나게 큰 보답을 받은 기분도 든다.
이 모든 순간이 가치교육이 필요한 근거가 되어준다. 아이들의 적개심은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고, 아이들의 미소는 이 일을 선택한 덕분에 누리는 행복이다.
현장에서 힘을 얻는 편인 것 같다.
맞다. 교육을 한번 나갈 때마다 이 일이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한번은 합천의 산골짜기 학교에 출강을 나간 적 있다. 그때 교장선생님까지 마중을 나오셨는데, 그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정말 좋은 교육을 많이 해주고 싶은데, 여기까지 강의를 해주러 오는 사람이 없다. 교통비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드니깐 와주는 사람이 없다.”
그날 들은 이야기 덕분에 교육 키트를 더 정교하게 만들어서, 가치교육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선명해졌다.
가치교육을 통해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지나치게 추상적인 얘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훼손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세상을 꿈꾸는 게 우스워 보이지 않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간혹 가치교육을 한다고 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라거나, ‘지구 반대편까지 신경을 써서 뭐 하냐’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오해다. 가치교육은 지구 반대편에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거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 아닌가. 인권과 지속가능성, 존중에 회의를 품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는 사회에서 누가 행복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행복이 곧 우리 모두의 행복이다. 이 모든 건 다 연결되어 있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회복해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온전히 유지되는 세상을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