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를 부탁해요.
11년차 특수교사입니다. 고등학교에서만 11년을 근무했어요.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 학급에서 여러 명의 선생님들과 총 14명의 장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특수 학급에는 주로 어떤 학생들이 있나요.
발달장애,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학생들이 있습니다.
특수교사들은 어떤 일을 하나요.
특수학급에서는 국영수, 진로, 체육 이런 교과를 개별화 수업으로 진행됩니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친구부터 초등학생 수준의 발달이 된 친구까지 장애 학생마다 특징이 다양하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교육을 진행합니다.
수업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AI 툴을 하나씩 써 보고 있는 중이에요. 얼마 전에는 AI 기술로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소리나는 스케치북’ 어플로 수업을 해봤습니다. 그날따라 한 학생이 태블릿에 엄청 집착해 결국 엉망이 되긴 했지만요. 이것 말고도 AI 스피커와 대화를 해보거나 블록코딩, 드론 날리기, 로봇 조정 등 다양한 디지털 기반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들에게도 아직 낯선 기술인데 특수학급에서 AI를 활용한다니 조금 신기해요.
학교가 인공지능 중점 학교로 선정된 덕이 커요. 와이파이는 기본이고 AI 툴들을 써볼 수 있게끔 태블릿도 모두 지급됩니다.
특수교사 중에서도 제가 AI에 관심이 많은 편에 속하긴 합니다. 연수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경기도에서 디지털 활용 쪽으로 관심있는 쌤들끼리 모여 서포터즈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AI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장애 학생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 적응이기 때문에 현장 체험 학습을 굉장히 많이 다녀요. 지하철을 타보고, KFC 가서 햄버거를 주문하는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들을 함께 연습합니다. 애들이 하나씩 해낼 때마다 뿌듯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일들을 연습하지 못한다는 사실로 마음이 복잡해지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은 대부분 영원히 해볼 수 없는 것으로 남으니까요.
AI가 사람처럼 말하고 실제와 비슷한 영상을 만든다니까, 그럼 장애 학생들이 세상을 연습해볼 수 있는 도구도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바리스타로 일하는 상황을 설정해놓고, 장애 학생이 가상 환경에서 커피를 내리고 손님과의 주문을 받아보는 거예요. 어떤 학생은 자신이 커피머신 소리에 크게 놀란다는 걸 알게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학생은 손님과의 대화가 별로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상황들을 연습하다 보면 장애 학생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AI를 좀 더 열심히 배워봐야겠더라고요.
그래서 무박 2일 해커톤, <AI와 100인의 용사들>을 신청하게 된 건가요?
지금 당장 능력은 없지만 언젠간 코딩을 하면 원하는 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었습니다. 어려울 것 같아 계속 미뤄뒀는데, 우연히 들어가본 <AI와 100인의 용사> 행사 모집 페이지에 ‘AI에 관심있는 누구나’라고 적혀있기에 일단 지원을 하고 기다렸어요. 며칠 뒤 참가자로 선정됐다고 전화 왔을 때 “코딩에 대해선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데, 괜찮나요?”라고 몇 번을 확인했는지 몰라요. 계속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만 믿었습니다.
늘 미뤄뒀던 코딩, 실제로 해보니 어땠나요.
딱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이더라고요. 같은 팀에 개발자가 있어서 작은 역할만 맡긴 했지만, 그마저도 뿌듯하고 재밌었습니다. 로딩되는 시간 동안 보이는 ‘스피너’를 귀여운 고양이로 만들었는데 그게 어찌나 뿌듯하던지. 사실 하루만에 코딩 천재가 될 거라는 기대도 없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코딩만큼 신기했던 건 참가자 모두가 다른 직업을 가졌는데도 AI와 관련 있는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얼핏 보면 AI와 전혀 관련 없는 나까지도 이렇게 AI를 배우고 있으니까요. AI가 이렇게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